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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네온라이크 기획 및 감리 후기 ③
작성자 버드인페이지 (ip:)
  • 작성일 2023-02-13 01: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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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라이크
기획 및 감리 후기 ③

그렇다면, 이제 2차 샘플을 내볼 준비는 충분했다. 2차 샘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여긴 것은 이미지를 적절하게 보이기 위한 형광 별색의 농도였다. 806C로 마젠타를 대체하여 포토샵에서 시뮬레이션해보면 마젠타보다 색이 여려 좀 더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형광 별색이 연하게 뽑히는 것을 감안하면 시뮬레이션보다 더 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팬톤에서 제공하는 공식 Lab 값 기준으로 803C는 색이 일반 옐로우보다 약간 더 빨갛고 어둡게 보여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의아하게도 803C의 팬톤칩을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는 일반 옐로우보다 한 톤 밝은 옐로우 정도로 보였지만 공식 Lab값은 이와 달랐다. 샘플 이미지는 마찬가지로 같은 이미지를 다양한 버전으로 변주하여 형광 별색의 적정한 농도를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필요한 부분에 마젠타도 함께 넣어 806C와 마젠타의 색감 차이를 보완했다.


1차 샘플에 비하면, 2차 샘플 감리는 매우 신속하고 수월하게 진행됐다. 주문한 806C와 803C 잉크를 사용하니, 놀랍게도 쨍한 색상이 단번에 인쇄되었다. 그래도 원래 팬톤칩보다는 색이 여려, 기장님께 잉크 농도를 더 진하게 조정해달라고 몇 번씩 부탁드리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렇게 많이 올리면, 넘친 잉크가 옆으로 터져서 얼룩이 생기거나 잉크가 얼룩덜룩하게 인쇄될 수 있어요. 여기 이것 봐봐요. 여기도 잉크 오바됐네. 이 이상은 안 돼.” 


여전히 팬톤 별색 칩과 비교했을 때 806C 색보다 살짝 여렸지만, 이것이 한계인가 보다 하고 감리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기쁘고 홀가분한 마음이었는데, 이미지가 원하는 대로,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모티브가 되었던 예시 인쇄물처럼 날카롭다 느껴질 만큼 채도 높은 쨍한 이미지를 옵셋 인쇄할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성과가 퍽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meta charset="utf-8">↘ 2차 샘플. 우측 상단에는 당시에는 거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던(추후 표지 최종 파일은 과장을 보태 15번 더 만들게 된다.) 표지를 작게 뽑아보았다.


들뜬 기분으로 사무실에 돌아와, 감리한 종이를 자세히 살펴보며 이번 샘플 작업을 통해 알아낸 사실을 정리했다. 우선 806C는 모니터 시뮬레이션한 결과와 비슷해 보였지만 약간 여렸다. 최종 인쇄를 할 때는 모니터 시뮬레이션으로 적정해 보이는 값보다 살짝 더 진하게 조정해야겠다고 느꼈다. 803C는 반대로 모니터 시뮬레이션보다는 육안으로 보이는 색처럼 일반 옐로우보다 밝은색 정도로, 모니터 시뮬레이션을 기준으로 전체 색상을 재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대체하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잠깐, 이상한 부분이 불현 눈에 띄었다. 종이의 아래쪽 그림에 있는 806C와 같은 농도의 806C가 위쪽에도 있었는데, 위쪽의 그림이 훨씬 진하게 인쇄된 것처럼 보였다. 즉 806C의 농도가 불균질하다는 것. 기장님께서 형광 핑크 농도 그만 올리라고 했던 것이 바로 떠올랐다. 종이 옆부분에 잉크가 넘쳐 얼룩이 진 것은 알고 있었는데, 문제가 또 있었구나, 역시 잉크 공급량을 너무 높였나? 잉크 공급량를 높이기 전의 인쇄물 느낌이 궁금해져 담당자님께 전화를 걸어, 잉크 조정 전 감리지를 혹시 택배로 발송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지만 잠시후 이미 폐기 처분되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베다 인쇄할 때의 불균질함은 일반 인쇄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인쇄 사고임을 알고 있었지만, 기장님이 경고한 부분이기에 최종 인쇄에서는 좀 더 유심히 살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최종 데이터를 인쇄소에 넘기고도, 일주일을 더 기다려 감리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2-3일 정도면 금방 스케줄이 잡혔지만, 주문한 별색 잉크의 배송이 살짝 더 걸렸다고 한다.  


네온라이크의 앞부분인 설명 파트의 일반 컬러 인쇄를 마치고, 드디어 5도(CMYK+806C)의 견본 파트를 뽑는 순간. 기도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기장님 곁에 서서 5도 인쇄가 된 첫 감리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첫 감리지를 받자 역시 806C 농도가 낮은 것이 눈에 띄었지만, 두 번의 샘플 작업을 거친 우리는 당황하지 않고 잉크 농도를 높여달라고 기장님께 말씀드렸다. 인압은 높게, 잉크 공급량을 조금씩 높이면서 인쇄되는 속도를 느리게 조정하니 우리가 원하는 형광 별색이 안정적으로 인쇄되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팬톤 칩과 비교하면 806C는 여전히 살짝 여렸으나 잉크 공급량을 더 높여서 인쇄가 불안정해지는 것보다 지금 상태가 더 좋다고 판단했다. 견본 파트의 5도 이미지가 기대한 효과보다 더 아름답게 인쇄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진하게 조정하여 인쇄 사고의 위험을 떠안을 이유가 없었다. 여전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806C 농도가 달라지지 않는지 기장님이 일정한 간격으로 빼주시는 감리지를 확인했다.   


<meta charset="utf-8">↘ 최종 감리 중 찍은 사진. 형광 핑크의 농도가 균일한지 보기 위해 5도 인쇄 감리 중에 형광 판만 따로 뽑아보기도 했다. 


6도(CMYK+806C, 803C) 견본 파트도 마찬가지로 5도(CMYK+806C)를 먼저 인쇄한 다음 803C를 인쇄했고, 803C는 비교적 종이 위에 잘 올라가는 편이었다. 803C의 발산하는 듯한 화사한 발색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는데 마치 리소프린트나 다른 고가의 디지털 장비로 인쇄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반짝이는 아트지가 아닌, 질감이 있는 비도공지에 인쇄하면 정말 리소 느낌을 흉내낼 수도 있을 것도 같아 종이를 어디선가 구해와서 샘플 인쇄를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은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기로 했다. 형광 핑크에 형광 옐로우까지 더하자 옵셋 인쇄 특유의 톤 다운된 느낌은 사라지고 통통 튀며 화사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이미지가 눈을 간질였다. 마지막으로 책 표지를 찍으며 오랜 감리를 만족스럽게 마쳤다. 



<meta charset="utf-8"><meta charset="utf-8">↘ 옵셋 기계 위에 직접 올라가서 잉크 롤러가 돌아가는 것도 기장님이 구경시켜 주셨는데, 잉크통에 들어있는 806C와 803C의 색이 굉장히 진했다. 806C는 거의 빨강처럼 보인다.




책을 제작할 때마다 느끼는 건 책은 사람의 손을 거쳐 제작되는 고유한 물성을 가진 아날로그 상품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처럼 인풋을 넣었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아웃풋으로 나오지 않으며, 한 공정에서 다른 공정으로 이어지며 무수한 변수와 맞닥뜨린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예쁘게 뽑힌 내 제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감격에 빠지기도 한다. 


네온라이크를 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후기는 차분한 어투로 사건들을 간결하게 나열하고자 노력했지만 실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심장이 쪼그라들기도 하고 답답함에 화가 치민 순간도 있었다. 책 내용을 집필 중에 팬톤이 갑자기 별색을 유료화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하필 별색 책을 내려고 하니 세상이 내게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었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덕분에 더 명확하게 별색 개념을 이해한 다음 책을 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책이 나온 다음에 발표된 것보다 훨씬 나은 ‘나이스 타이밍’이었던 것 같긴 하다. 


문제는 언제고 생기기 마련이고, 못 풀 문제는 없다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 물론 마음이야 언제나 생각처럼 잘 따라주는 것은 아니라서 너무 평온하다 싶으면 또 심심치 않게 철렁하고 마음이 내려앉을 일이 생기곤 하지만, 한숨 자고 마음 가다듬으면 다시 문제와 맞부딪힐 힘을 얻곤 한다. 어찌 됐건 버드인페이지의 내공을 하나씩 쌓아가는 역사이자, 피가 되고 살이 될 자산이라고 여기며 한 발자국씩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부디 네온라이크가 창작을 하는 누군가에게(특히나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께 더욱!) 유용한 상품이 되어 소중한 디자인 결과물을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meta http-equiv="Content-Type" content="text/html;charset=UTF-8"><meta charset="ut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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